못먹는 감 찔러보지 말자

1.
정말 예쁜 여자를 우연히 알게 됐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날, 그녀가 나에게 연락처를 줬다.

'오빠랑은 진짜 연락하고 지내고 싶어'
그녀는 나에게 자기 번호로 문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아마 내가 연락하지 않을까봐 두려웠나 보다.

그리고 자기는 정말 아무에게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난 그 말은 믿지 않았지만, 그녀는 왠지 떨고 있었다.
아마 조금 긴장했나 보다.

2.
나는 고민했다. 연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백번 쯤 그녀와의 통화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해본 후에야 휴대폰을 들었다.
그녀의 번호를 받고 난 후 30시간이 지났다. 더 늦으면, 영영 연락할 수 없을 것 같았다.

3.

 "왜 바로 전화 안 했어?"
내 전화를 기다렸나 보다. 그렇게 예쁜 그녀가 내 전화를 기다렸나 보다.

'바빠서...' 라는 얼토당토 않는 변명을 하고, 짧은 통화가 이어지고, 식사중이라는 그녀를 배려해서 일찍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다음날도 전화를 했다. 그 다음날도 전화를 했다.
미지근한 반응, 시덥잖은 대화

난 생각했다. '내가 별로인가 보다'
그리고 연락한지 4일 째 되던 날 그녀에게 걸던 전화를 그만 뒀다.


4.
나는 소개팅을 하면 항상 분위기가 좋다.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소개팅녀와 몇 시간씩 대화를 하기도 한다.
항상 웃으며 '또 만나요'라고 인사를 하고,
한, 두번쯤 더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본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연애로 발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난 항상 고민했다. '내가 영 별로인가 보다'
대체 여자들은 어떻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야 좋아하는 거야!

5.
남자는 조짐이 보이면 움직이는 동물이다.
여자는 짐작만으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동물이다.
이 정도는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그럼 여자는 언제 확신하는가?'를 아는 남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엊그제 난 이 미스테리의 실마리를 조금은 잡게 된 것 같다.

최근 결혼을 전제로 연애중인 노총각 대리님 가라사대.

  내 여자친구가 나랑 만나기 시작할 때, 한 두명 정도 남자가 있었거든?
  근데 결국은 나랑 사귀고 있잖아.
  내가 왜 나를 선택했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까, 그 남자들은 못먹는 감 찔러보듯이 한번 툭 건드려보고,
  반응이 없으면 가만히 있다가, 또 좀 지나면 한번 툭 건드려보고 그러더래 
  아무리 자기 좋다고 말로 백번 떠들어봐야 그런 남자를 어떻게 믿느냐고,
  결국 자기한테 정성을 쏟은 남자는 나밖에 없더래.

6.
2009년 12월 11일부터 나는 결심을 하나 했다.

'더 이상 못먹는 감 찔러보는 일은 그만두자!'

아니다 싶으면 확실히 미련을 버리던지,
내여자다 싶으면 확실히 움켜줘서 '내가 먹을 감'을 만들던지,
아무튼 찌질하게는 굴지 말자.

여자는 다 안다.
이 남자가 나한테 간보는건지, 아니면 진짜 올인하는 건지.

서로간의 호감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남자가 할 일은
간보는 것도 아니고
찌질한 밀땅도 아니고
올인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다.

by blooskai | 2009/12/14 00:04 | 이상한 나라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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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그리고 정했으면 똑바로 앞..
못먹는 감 찔러보지 말자 by blooskai 오늘 블로그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음에 많이 와 닿는 포스팅을 하나 보았습니다.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역시 문제는 내 안에 있다.' ...는 느낌. 적혀있는 내용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남자들은 못먹는 감 찔러보듯이 한번 툭 건드려보고, 반응이 없으면 가만히 있다가, 또 좀 지나면 한번 툭 건드려보고 그러더래 아무리 자기 좋다고 말로 백번 떠들어봐야 그런 남자를 어떻게 믿느냐고,......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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